오늘은 말복입니다.
복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삼계탕이나 보양식이 떠오르지만, 정작 복날이 정확히 무슨 날인지는 잘 모르고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왜 여름에 초복·중복·말복이라는 날이 세 번이나 있고, 날짜는 왜 해마다 달라지는 걸까요?
찾아보니 복날은 단순히 삼계탕을 먹는 날이 아니라 옛사람들이 한여름을 보내던 방식과 계절을 헤아리던 방법이 함께 남아 있는 날이었습니다.
복날의 ‘복’은 무슨 뜻일까
복날의 복(伏)은 ‘엎드리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입니다.
그런데 왜 한여름의 날에 ‘엎드리다’라는 글자를 붙였을까요.
전통적으로는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들어오려 해도 한여름 더위가 워낙 강해 아직 힘을 펴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모습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초복·중복·말복이 한여름의 가장 무더운 시기에 찾아오고, 몹시 더운 날씨를 두고 ‘삼복더위’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초복·중복·말복 날짜는 왜 매년 달라질까
복날은 7월 15일이나 8월 14일처럼 날짜가 정해져 있는 날이 아닙니다.
하지와 입추, 그리고 옛날에 날짜를 세던 방식을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해마다 날짜가 달라집니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초복은 하지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가 지난 뒤 첫 번째 경일입니다. 경일은 옛 달력에서 10일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었고, 그 뒤 처음 돌아오는 경일이 8월 14일이라 이날이 말복이 됐습니다.
그래서 초복과 중복은 10일 차이가 나지만, 중복과 말복은 해에 따라 10일 또는 20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올해처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면 ‘월복’
2026년에는 중복이 7월 25일, 말복이 8월 14일입니다.
두 날짜 사이가 20일입니다.
이처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벌어지는 경우를 월복(越伏)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월복이라는 말을 보고 ‘올해 더위가 평소보다 오래간다는 뜻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월복은 어디까지나 복날을 계산하다 보니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 된 경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월복이라고 해서 그해 늦더위가 실제로 더 오래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복날에는 예전부터 무엇을 했을까
복날은 오래전부터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생활 풍습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더위에 지친 몸을 챙기기 위해 평소보다 특별한 음식을 마련해 먹었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삼복에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거나 물가에서 더위를 피하는 풍습을 복달임이라고 합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복날에 개장국이나 닭백숙 같은 음식을 먹었고, 팥죽을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 참외나 수박을 먹거나 계곡에서 발을 씻으며 더위를 피했던 풍습도 전해집니다.
지금과 메뉴는 달라도 한여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몸을 챙기려 했다는 점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복날에는 왜 보양식을 먹었을까
복날 하면 삼계탕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도 “시원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복날에 뜨거운 보양식을 먹는 것도 흔히 이열치열이라는 말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뜨거운 음식을 먹고 땀을 내는 것 자체가 더위를 이겨내는 특별한 방법은 아닙니다.
복날 음식은 무더운 여름에 지친 몸을 챙기기 위해 평소보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마련해 먹었던 생활 풍습으로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복날에는 꼭 삼계탕을 먹어야 할까
복날 음식이 처음부터 삼계탕 하나로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개장국이나 닭백숙, 팥죽 등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오늘날에는 삼계탕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복날에 찾습니다.
삼계탕이나 닭백숙을 먹을 수도 있고, 추어탕이나 장어처럼 평소 보양식으로 생각하는 음식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뜨거운 음식이 부담스럽다면 치킨처럼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한 끼를 잘 챙기는 것도 괜찮습니다.
복날의 의미를 특정 음식 하나에만 둘 필요는 없고 무더운 시기에 한 번쯤 자신의 몸과 식사를 챙겨보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 말복을 보내며
말복인 오늘, 문득 초복·중복·말복이 왜 생겼는지 궁금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달력에 적힌 ‘삼계탕 먹는 날’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계절의 흐름을 헤아리고 무더운 여름을 견뎌내기 위해 이어져 온 생활 풍습이었습니다.
올해는 7월 15일 초복, 7월 25일 중복을 지나 오늘 8월 14일 말복까지 왔습니다.
복날이라고 꼭 거창한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무더위에 지쳐 끼니를 대충 넘기고 있었다면 오늘만큼은 식사 한 끼 제대로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마침 금요일이기도 하고, 이 글을 쓰는 오늘 쿠팡이츠에서 일부 치킨 브랜드 할인 행사도 하고 있어서 지인과 함께 치킨을 먹을까 합니다.
